Vol.197_MINA CHUNG
MINA CHUNG
Photography by Lee Yumin, Jung Yeonwoo
Interviewd by Park Seoha
From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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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나는 ‘미나정(MINA CHUNG)’이라는 이름 아래, 동양적 사고와 동시대적 긴장을 옷이라는 구조물로 번역해 온 디자이너다. 2020년 브랜드 론칭 이후, 컬렉션과 커스텀 작업을 넘나들며 아카이브를 축적해 왔고, 그 결과는 에스파의 ‘쇠맛’ 세계관부터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무대 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나정의 옷은 단순히 한국적이거나 오리엔탈하다는 수식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절제와 긴장, 손의 감각과 기술, 구조와 비율. 그가 말하는 ‘멋’은 언제나 옷의 본질로부터 출발한다.
<맵스> 독자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미나정이라는 브랜드의 대표 정미나이고요. 2020년도에 브랜드를 론칭해 지금까지 컬렉션 전개와 여러 가지 콜라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양 미학과 관련된 아카이브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미나정의 디자인에는 동양 철학의 절제와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긴장감이 공존해요. 디자인 과정에서 이 두 세계는 충돌하나요, 아니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나요?
보통 동양 미학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분명히 내포되어 있는데요. 대신 최대한 피상적이지 않도록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어요. 그런 시도들이 해체주의적이거나, 혹은 조금 더 다크한 무드의 작업으로도 드러나는 것 같고요. ‘우리는 꼭 한국적인 걸 썼어’, ‘아시아적인 걸 썼어’라고 해서 오리엔탈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오리엔탈한 사고방식을 옷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속에서 공존과 충돌이 늘 함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2026 컬렉션에서 도전한 새로운 테크닉이나 구조적 실루엣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2026년도 컬렉션을 작업하면서 두 가지 정도 새로운 시도를 해봤어요. 저희가 인하우스에서 봉제나 바느질로 구현할 수 있는 작업을 많이 해오다 보니, 그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섞어 보게 됐죠. 그 과정에서 3D 프린팅 관련 기법들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는 다시 한 번 옷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해, 특히 구조에 집중한 작업들이에요. 콜라보 작업이 많아지다 보면 데코레이션이나 디테일처럼 장식적인 옷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요. 사진에서는 예쁘게 보이지만, 실제로 옷을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타파해야 할 난이도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더 실험적이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옷의 구조 자체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로 이번 컬렉션을 구성했어요.
이전에는 3D 작업을 아예 하지 않으셨던 거예요?
3D 프린팅은 미나정을 하면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전에는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해 왔죠. 원래 손으로 만들어지는 작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도전 의식을 가진 팀원들과 함께하다 보니 ‘우리 손으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자급자족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여기에 기술적인 요소를 함께 더해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실루엣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어요.
브랜드 초창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스스로 가장 크게 변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을까요? 반대로 끝까지 놓지 않고 있는 감각은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 어떤 옷이든 멋있었으면 좋겠고 영혼이 깃들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숙제처럼 만들어진, 영혼 없는 옷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계속 붙잡고 있어요. 변한 부분이 있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는 태도인 것 같아요. 2020년에 창업하고, 2021년에 처음 콜라보 작업을 하게 됐는데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컬렉션 작업만 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소재나 실루엣에서 계속 자극을 받다 보니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스타일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처음보다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많아졌다고 느껴요.
미나정의 커스텀 의상들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어요. 에스파의 ‘쇠맛’ 세계관을 시각화한 디자이너로도 자주 언급되는데요. 에스파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엔터 업계는 턴오버가 굉장히 빠른 분야잖아요. 그런 환경에서 콜라보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이 연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스파 작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옷이 전달되고 피팅을 했을 때 멤버분들이 원하는 바가 굉장히 명확하다는 거예요. 종종 스타일리스트나 회사에서 스타일을 강요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아티스트의 결정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활동이 많아지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멤버 각자의 취향과 니즈가 점점 더 분명해지는 걸 느껴요. 그런 요구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저희에게는 굉장히 좋은 학습이 됐어요.
커스텀 작업에서는 아티스트의 니즈가 중요한 동시에, 브랜드의 아카이브도 지켜야 하잖아요. 그 사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을까요?
협업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된 바운더리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반에 아티스트가 원하는 이미지들을 충분히 확인하려고 해요. 가끔은 저희 취향의 ‘백과사전’에는 없는 장르가 들어올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그들의 추구미와 취향을 독해하듯이 읽어내려고 노력해요. 단순히 취향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데 그친다면 굳이 저희에게 맡길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그 장르 안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멋있음’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번 다른 아티스트, 다른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콜라보 작업에서 반드시 지키는 미나정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비율이에요. 조금 추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저는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거든요. 결국 옷은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원론적으로는 핏이 전부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돼요. 아주 근소한 비율 차이로도 옷의 맥락이나 TPO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요. 같은 블랙 드레스라도 길이나 비율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주잖아요. 그래서 비율에 대한 조율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빌리 아일리시, 블랙핑크 등 글로벌 스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계세요. 해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다면요?
빌보드 100에 오르는 아티스트들에게서 연락을 받으면, 아무래도 기분이 굉장히 좋죠. 제가 하는 작업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요. 최근에는 미국의 한 클라이언트로부터 AI로 생성한 의상을 현실로 구현해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2년 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돌며 구현해 줄 디자이너를 찾다가 저희를 발견했다고 하더라고요. 오랫동안 믿고 맡길 곳을 찾지 못했는데, 미나정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해서 정말 인상 깊었어요. 마치 수학 난제를 풀어낸 것처럼, 남들이 하지 못한 걸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 큰 자긍심으로 다가왔습니다.
듣기만 해도 기대가 되는 작업이네요.
네, 컴퓨터로 생성된 AI 이미지를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보니 난해한 부분도 많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저희만의 감각을 믿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바다 건너 누군가가 저희의 ‘손맛’과 감각을 느낀다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하하.
그렇다면 커스텀 작업과 브랜드 컬렉션 작업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컬렉션 작업은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다 보니, 주저하는 순간이 생길 때가 있어요. 반면 커스텀 작업은 아티스트가 그리고 있는 큰 숲의 일부를 구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 기술과 감각은 그 안에서 하나의 부품이 되거든요. 그래서 망설일 틈 없이 빠르게 작업해 나가는 연습을 하게 돼요. 또 커스텀 작업을 많이 하다 보면, 다른 의미에서 작업이 트이는 느낌도 있어요. 외부 작업을 통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소통 방식이나 언어, 이미지를 맵핑하는 프로세스를 가까이서 보고 체감할 수 있죠.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다듬어 세상에 내놓고, 반응은 결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외부와의 연결 속에서 트렌드와 흐름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MINA CHUNG이 확장해 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요?
앞으로는 ‘판매’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컬렉션과 별개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템도 제작하고 있어요. 저희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에요. 그동안 판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브랜드이다 보니, 이 시도 자체가 도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늘 옷을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과 가까이 있다 보니, 패션 업계의 현실적인 면을 자주 마주하게 돼요. 우리나라에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이 생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실무적인 기술이나 루트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려 합니다. 유튜브형 콘텐츠 등, 패션 브랜드로서 새로운 답안을 제시하는 시도도 고민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이제 막 패션을 시작하는 디자이너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지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간다면, 누구든 이 정도까지는 올 수 있다는 걸 믿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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