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5_CLANE × FRGMT: MAPS x HIROSHI FUJIWARA x KYOKA

CLANE × FRGMT: MAPS x HIROSHI FUJIWARA x KYOKA

Interviewd by Ryu doyeon

From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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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APS 발행인이자 편집장 RYU입니다. 오늘은 각 분야에서 정상에 서 있는 두 분, 후지와라 씨와 KYOKA 씨를 모셨습니다. 이번에 CLANE과 FRGMT의 협업 촬영을 MAPS에서 KYOKA 씨와 함께 진행했는데요, 독자분들께 한마디 인사 부탁드립니다.

FUJIWARA. 안녕하세요.

KYOKA. 안녕하세요 KYOKA입니다.

두 분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FUJIWARA. 얼굴이 작다고 생각했습니다.

KYOKA. 후지와라 씨는 역시 생각했던대로 아우라가 대단하고, 저 또한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후지와라 씨를 자세히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참,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19년 전에 후지와라 씨 당신을 처음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포틀랜드의 나이키 본사로 취재를 갔을 때였어요. 당신이 눈앞에 있었고, 나는 막무가내로 MAPS를 보여주며 인사를 건냈으며, 당신을 인터뷰하러 도쿄에 가겠다며 뻔뻔하게 연락처를 물어봤었죠. 하하.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이 꽤 중요했으므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런 후, 당신에게 연락했고, 도쿄의 Montoak이라는 카페에서 당신을 인터뷰 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그 때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미디어를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런 순간도 옵니다.

FUJIWARA. 그랬군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KYOKA 씨는 지금 현재 한국에서 인기가 매우 많습니다. TV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 여성들이 갖고 있지 않은 KYOKA 씨만의 분위기나 스타일리시함과 무엇보다 어린 나이 여성 댄서로서 정상의 자리에서 보여주는 쿨한 성격들이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이 자리를 통해서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KYOKA. 저 또한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 분은 모두 ‘스트리트’에서 출발하신 건가요? 여기까지 오시게 된 여정이 궁금하네요.

FUJIWARA. 그 당시에는 스트리트 문화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스트리트로 시작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즐겁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해왔던 것 같아요.

KYOKA. 저는 8살 때 춤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스트리트와 힙합이라는 문화가 있었고, 그걸 보며 자극을 받아 ‘나도 춤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스트리트 문화를 배워왔습니다.

후지와라 씨는 수십 년 전부터 음악, DJ 활동, 그리고 패션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장을 연 스트리트 씬의 대표적 인물이신데요. 후지와라씨의 시각으로 본 춤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정상에 오른 요즘 세대의 KYOKA 씨는 당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보나요?

FUJIWARA. 저는 제 스스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당시 일본에 없던 문화를 직접 해외에 나가 경험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교류하며 들여온 것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작업의 기반이 되었죠. KYOKA 씨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해외에서 춤을 시작하면서 현지의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살아남아야 했을 테니까요. 결국, 낯선 곳에서 길을 만들어온 점이 닮아 있지 않을까요.

KYOKA 씨는 2016년 Juste Debout 우승과 동시에 실험적인 플로우로 주목받았어요. 당신의 춤을 보면 기존 춤의 틀을 좀 깨고 거친면이 있으면서 스트리트 문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KYOKA 씨만의 플로우는 어떻게 나왔는지, 혹은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나요?

KYOKA. 8살부터 춤을 시작해 어느덧 20년이 넘었어요. 저희 세대는 배틀에서 타이틀을 쌓아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배틀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던 시대였죠. 저희 세대가 키즈 댄스의 시작점이었는데, 그 후 씬은 점점 커져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톱 클래스의 키즈 댄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작 세대였던 만큼 계속 배틀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극이 줄고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때 해외에 나가 일본과 전혀 다른 춤 문화를 접했고, ‘굳이 스트리트라는 좁은 틀에 자신을 가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플라멩코, 카포에이라, 일본무용, 노(能) 등 각국의 전통 춤을 배우며 표현력을 넓혀왔습니다. 지금도 그런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덕분에 춤추는 즐거움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Godfather of Streetwear’라 불리는 후지와라 씨에게는 현재로 오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이나 특별했던 기억이 있을까요?

FUJIWARA. 옛날 건 다 잊어버렸습니다. 누군가와 처음 만난 순간 같은 건 기억하지만 제 과거의 업적이나 그런 것들은 이제 별로 기억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 이런거 했었지’ 하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어요.

말씀을 들으니, 후지와라 씨는 과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더 중시하시는 것 같네요. 두 분 모두 그런 직관과 플로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FUJIWARA. 중요하죠.

KYOKA. 저 역시 그래요. 다만 저는 정해진 것을 그대로 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분위기나 사람들과의 에너지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에요. 춤으로 치면 루틴보다는 프리스타일에 가깝죠. 직감에서 비롯된 움직임이 곧 플로우로 이어지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UJIWARA. 아까 KYOKA 씨가 말했던 전통적인 춤을 자유롭게 흡수하는 태도 자체가 유연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저는 패션을 좋아하지만, 패션 역사를 알려고 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 편입니다. 지금 눈앞에서 흥미로운 것을 직감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어쩌면 노력파와는 다른 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두 분 모두 ‘정해진 틀보다는 직관과 순간의 흐름’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후지와라 씨는 브랜드와 협업할 때, ‘나 스스로 입고 싶은 것(want to wear it)’이라는 개인적인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해 오셨죠. 이런 태도가 스트리트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FUJIWARA. 스트리트라는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의 스트리트와 럭셔리의 융합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은 입지 않을 옷을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의 일이니까요. 애초에 남성 디자이너가 여성 드레스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어 퍼렐이나 니고의 컬렉션을 봐도, 본인들은 입지 않을 법한 옷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자기 안의 인풋을 형태로 만드는 건 변하지 않겠지만, 협업의 본질이란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요.

KYOKA 씨는 춤을 통한 협업 창작에서, ‘나만 입고 싶은 옷’처럼 꼭 지키는 기준이 있나요?

KYOKA. 저는 단순합니다. 그날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그것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후지와라 씨는 KYOKA 씨와 같은 젊은 아티스트와 협업할 때 가장 먼저 어떤 점을 보시나요?

FUJIWARA. 저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가지는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봐요. 아무리 많은 연습을 했더라도 그 결과물이 연습의 흔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본인의 감정과 에너지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일본에서 디제이를 할 때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건 연습한 동작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의 기분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만약 연습처럼 하려 하면 틀렸을 때 ‘아, 틀렸다’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준비된 것을 억지로 보여주기보다는 틀렸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중시합니다.

반대로 KYOKA 씨는 후지와라 씨의 작업 철학이나 플로우에서 가장 존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KYOKA.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경의 대상이에요. 동시에 창작이라는 측면에서는 저와 닿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만들 때 어떤 순간에 영감을 얻고, 언제부터 디자인을 구체화하기 시작하는지 그런 과정이 늘 궁금합니다.

후지와라 씨는 오늘의 CLANE와의 협업과 같이 여성복 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FUJIWARA. 여성복과는 협업을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 중요시하는 부분이 따로 없긴 하지만 CLANE와는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알고 있기도 했고 제 방식대로 할 수 있게 믿고 맡겨주실 거라 생각했던 게 큰 이유였습니다.

그렇군요. 후지와라 씨는 협업 기준이 매우 엄격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후지와라 씨가 바라보는 CLANE라는 여성복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FUJIWARA. 저 그렇게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요. 하하. 저는 일을 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타협을 많이 하는 편이고, 타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의사를 관철하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고 자신의 의사를 굽히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전달하지만 할 수 없다라고 하면 다른 쪽으로 하곤 해요. 한 가지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걸 어레인지 해서 가기도 하는데, 예를들면 이 부분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CLANE와 협업을 함에 있어서 먼저 Chat GPT에게 CLANE란 무엇인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CLANE라는 거리가 있는 걸 알게 되었어요. 구글 맵에서 거리를 보았더니 그 거리에 유명한 교회가 있더라고요. 교회를 위에서 내려다 본 형태가 (KYOKA 씨가 입고 있는) 이 무늬입니다. 그래서 이 무늬를 디자인해서 여러 곳에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CLANE와 FRGMT 협업에서 가장 큰 특징이나 중요하게 보신 부분이 무엇인지요?

FUJIWARA. 이 형태를 발견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Chat GPT 덕분입니다. 하하.

KYOKA 씨는 이번에 CLANE과 FRGMT의 협업 제품을 입고 MAPS의 디지털 표지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착용 느낌이나 특징 같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KYOKA. 평소 스커트 같은 것 보다 바지를 착용하거나 보이쉬한 스타일링이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제가 지금 입은 복장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그렇네요. 평소의 KYOKA 씨의 스타일을 보면 여성복은 별로 입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만큼 오늘 촬영은 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 CLANE와 FRGMT 협업 옷을 입을 때 스타일 팁 같은 것이 있을까요?

KYOKA. 저는 보이시하거나 페미닌한 스타일이든 제 캐릭터를 크게 바꾸지 않아요. 그 옷을 입고 춤출 수 있는지, 자신 있게 설 수 있는지가 스타일링의 포인트입니다.

후지와라 씨는 그동안 다양한 스트리트 문화를 사랑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KYOKA 씨의 춤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FUJIWARA. 네. 알려줘서 봤습니다. 제가 춤에 대해 잘 몰라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연습해서 춤을 춘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발 질문이긴 하지만 어릴 적 후지와라 씨의 기타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기타에 맞춰서 KYOKA 씨가 춤을 춰보시는 건 어떨까요?

FUJIWARA. 그럼 플라멩고를 연습해야겠네요. 하하. 플라멩고라면 KYOKA 씨도 지금 입은 복장으로도 충분히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지와라 씨, 좋은 답변이었어요. 그렇다면 두 분은 가장 나답게 느낀 적이 언제인가요?

FUJIWARA. 항상 나 답게 있어요. 사람에게 맞추거나 하지 않아서 저는 비교적 나 답게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KYOKA. 저도 같아요.

‘항상 나 답게 있다’ 라는 말 정말 좋네요. 후지와라 씨는 스트리트 문화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오면서 정말 잃고 싶지 않은 것 한 가지가 있나요?

FUJIWARA. 저는 애초에 잘 팔릴 걸 만들기 보다는 만든 게 우연히도 잘 팔릴 뿐입니다. 팔리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잘 팔리는 건 따로 있고 그 한켠에서 안 팔리고 재밌는 물건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어떤 것들이 팔리거나 안팔리거나, 저는 제가 하고 있는 것에는 전혀 변함이 없기에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항상 같은 동기부여로 일할 수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거의 없습니다.

KYOKA 씨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을텐데 앞으로 춤 외에 가장 하고 싶은 것 한가지만 꼽아줄 수 있나요?

KYOKA. 요즘 모델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제가 모델로서 선택받는 이유 중에는 댄서로서의 포즈나 분위기 등 다른 모델들과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모델을 하면서도 항상 ‘댄서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모델 세계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FUJIWARA. 모델 일은 모델로서가 아니라 댄서로서의 아이덴티티로 인정받고 싶다는 의미인가요?

KYOKA. 네. 저는 항상 방송에 나오거나 어떤 일을 하던지 댄서임을 우선시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FUJIWARA. 그 부분은 저와 완전히 다르네요. 제가 춤을 추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춤을 추게 된다면 다른 것들은 전부 잊고 춤만으로 평가받고 싶을 겁니다. 음악은 음악만으로, 옷은 옷만으로 평가 받았으면 해요. 아마 선택하는 쪽도 그러지 않을까요? KYOKA 씨를 얼굴이 작아서 모델로 뽑았을 수도 있잖아요. 하하.

KYOKA. 하하.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두 분 처음 뵀을텐데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FUJIWARA. 여러가지 있어요. 무엇보다 일본어를 잘하셔서 놀랐습니다. 하하. 외국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조금 했었거든요. 일본인인데 간사이 쪽 사람 느낌이 조금 있기도 하고요.

KYOKA. 저 엄청 간사이 사람이에요. 하하. 저는 오늘이 제 인생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 날입니다. 좀처럼 이런 대담을 할 기회가 없기도 하고 굉장히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CLANE와 FRGMT의 협업을 위해서 모인 자리인데 혹시 협업에 대해서 못하신 말씀이 있을까요?

FUJIWARA. CLANE에 대해서는 좋은 의미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었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로고만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제 의견을 CLANE측에서 충실히 구현해 주었어요. 저도 CLANE다운 것을 선택해서 협업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대기업이 와서 로고만 사용하고 싶다는 협업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MAPS 구독자분들께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FUJIWARA. 안녕히 계세요. 또 만납시다.

KYOK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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