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6_NAGON
NAGON
Photography by Jo Yejin
Interviewd by Park Seoha
From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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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붓질 사이, 시간과 감정이 숨 쉰다.
NAGON은 여백과 흐름, 그리고 멈추지 않는 내면을 그린다.
그의 ‘캘리그래피’는 글자가 아닌, 인간의 감각으로 남는다.
<맵스>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티스트 NAGON입니다. 평소에는 먹을 사용한 아트 작품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NAGON님에게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수행으로 느껴집니다. 언제부터 글씨를 ‘그림’ 혹은 ‘정신의 흔적’으로 인식하며 다루기 시작하셨나요?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가는 중 문득 제 작품을 봤을 때, 읽히는 것이 재미없어졌어요. 작품의 해석이 이미 작품 안에 쓰여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캘리그래피’라는 것을 제 안에서 다시 해석하게 되었죠. 그 이후 다양한 스타일을 거쳐 지금의 스타일에 이르렀습니다.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문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형태가 달라도 그것이 전해진다면 저는 그것을 ‘캘리그래피’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속에는 먹의 번짐, 여백, 그리고 농담(먹의 진하고 옅은 정도)의 미묘한 균형이 돋보입니다. 이러한 균형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성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유동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과 먹, 화지(和紙)와 먹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이 섞여 흐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감각이랄까요. 그런 느낌입니다.
한 획의 붓질에는 ‘순간’이자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NAGON님이 생각하는 붓 터치의 시간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먹은 종이에 닿는 한순간에도 굵기와 농도가 달라집니다. 또한 먹이 마르는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색이 변하지요. 그래서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작품과 저의 대화인 것 같습니다. 순간의 연속이 시간이고, 신중하게 담은 한순간의 터치가 한 장의 그림 속에 공존하며, 그것이 어딘가에 걸렸을 때 다른 이와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색채가 절제된 모노톤 세계 속에서도 강렬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색을 최소화하는 이유, 혹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무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색채의 정보량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정관념 또한 강하죠. 예를 들어 ‘사과=빨강’ 같은. 그 부분을 차단함으로써 표현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는 바람, 안개, 불꽃, 연기 등 자연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자연은 NAGON님에게 어떤 존재이며, 작업에 어떤 영감을 주나요?
제 작품의 전부입니다. 영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소재입니다. 그중에서도 불과 연기의 흔들림은 평생을 걸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작품을 통해 ‘내면 세계’를 드러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NAGON님이 생각하는 ‘내면’은 어떤 공간인가요?
감정의 흐름,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아시아의 전통 서예와도 접점을 느끼게 됩니다. 각 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
공통점으로 말하자면, 기법이나 근본적인 미학에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집착의 방식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아시아라고 해도 화가가 매일 보는 풍경이나 먹는 음식 등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집착이 있고, 그 안에 문화적 차이와 개별적인 인간성이 담겨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NAGON님의 작품은 ‘정적이면서도 움직이는 선’으로 자주 표현됩니다. 일본 문화의 핵심 개념인 ‘間(마, 여백)’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덜어냄의 미학. ‘間’은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서양화와 일본화의 차이로 보자면, 예를 들어 풍경화를 그릴 때, 서양화는 현장에서 보며 정밀하게 그리지만, 일본화는 일단 자신의 아틀리에로 돌아가 무엇을 그릴지 선택해 그립니다. 그 미학을 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지 않아도 전해지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작품에 깃든 은은한 깊이,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손의 흔적, 먹의 질감 같은 물질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손으로 남기는 흔적’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살아 있는 증거: 의식적으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기억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과 악수할 때, 이 정도로 힘을 줘야지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 힘의 강약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사람의 삶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강하게 쥐기도 하고, 거기서 전해지는 감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남은 손의 흔적 역시 그런 인간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디지털로는 절대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탐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들려주세요.
흐름에 맡겨, 그때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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