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6_CHICHIKAFO
CHICHIKAFO
Interviewd by Park Seoha
From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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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가발 아래로 깜빡이는 전류, 전자음처럼 살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자아. 치치카포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오가며, 새로운 존재의 코드를 기록한다. 태어남과 해방의 파동 속에서, 그는 매번 새로 태어난다.
<맵스> 독자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치치카포’라고 합니다. 몇 년 전 좋은 기회로 공연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앨범을 내고, 지금도 계속 활동 중이에요. 반갑습니다.
‘치치카포’라는 이름은 가상의 인물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에서 가져왔다고 들었어요. 그 이름에서 특히 끌렸던 부분이 있었나요?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는 우리가 잘 아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중 일부인데요. 그중에서도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인 ‘치치카포’라는 단어가 제게는 왠지 영웅의 이름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파란 가발만 쓰면 누구나 치치카포가 될 수 있다’라는 컨셉이 흥미로운데요. 이 컨셉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어떤 ‘다른 존재’로 변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가발을 쓰게 되었죠. 그 순간부터는 마치 본체의 자아가 아닌 다른 존재처럼 행동하고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한 가발일 뿐이지만, ‘제한된 내가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가 아니라, 모두 동등한 치치카포로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가상의 인물에서 시작된 치치카포. 만약 치치카포라는 인물이 하나의 가상 프로그램이라면, 그 안에 꼭 넣고 싶은 ‘명령어’는 무엇인가요?
모순적이지만 ‘변치 않음.’이라 말하고 싶어요.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치치카포도 계속 변화하겠지만, 그 안에 있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내면의 변화는 경계하는 단단한 의지가 인상적이네요.
그렇죠. 하하.
치치카포의 음악엔 특정한 시대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공기가 있어요. 주로 어디서 영감받나요?
제가 정말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서 그렇게 느끼실 것 같아요. 특정 하나의 스타일에만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닌데, 사실 이 점 때문에 한동안 혼란스러웠어요.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데, 좋아하는 장르가 너무 많았거든요. 재즈, IDM, DNB, 2000년대 인디 사운드, K-POP, 일렉트로닉, 트랜스, 하이퍼팝, 테크노, 게버까지… 패션도 마찬가지예요. 미니멀, 사이버웨어, 고프코어, 키치, 펑크, 고스 등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입어요. 그래서 치치카포의 캐릭터처럼, ‘그냥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게 됐죠. 솔직히 저도 제가 앞으로 어떤 장르로 튈지 몰라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건 시작에 불과하거든요.
데뷔 EP의 첫 트랙 제목인 ‘ofakihcihc’, 이름을 거꾸로 쓴 형태죠. 이 ‘뒤집힌 언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CHICHIKAFO라는 이름이 가진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티스트명은 CHICHIKAFO, EP명은 CHiCHiKAFO, 첫 번째 트랙은 ofakihcihc이죠. 하하. 어떤 형태로 변하더라도 ‘치치카포’로 읽히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이번 EP에서는 트랙 순서대로 ‘존재가 탄생하기 직전의 긴장감’, ‘탄생의 폭발적인 생명력’, 그리고 ‘앞으로 이 존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뇌’를 담고 싶었어요.
음악을 통해 계속 ‘탄생’과 ‘존재’를 이야기해요. 치치카포에게 진짜 ‘태어남’은 어떤 순간인가요?
인생에서 ‘태어남’은 여러 번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진짜 태어남은 ‘깨달음의 순간’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될 때, 혹은 무언가를 다짐하고 나아갈 때,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닐까요.
‘태어남’과 동시에 ‘해방’, ‘자기선언’ 같은 단어들도 반복되는데요. 음악을 만드는 건 치치카포에게 일종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네요.
제 음악을 그렇게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맞아요, 저에게 음악은 자유 그 자체예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최고의 해방구 같아요. 음악을 통해 용기와 힘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요. 저의 음악이 작지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노이즈, 트랜스, 애시드 같은 사운드를 자주 활용하시죠. 이런 사운드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그런 사운드들을 사용할 때, 소리가 뇌에 직접 닿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어요. 제가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듣는 사람들도 제 음악이 ‘뇌에 꽂히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트워크와 비주얼 아이덴티티 역시 인상적이에요. 비주얼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모든 장르를 좋아하지만, 지금은 그중에서도 사이버틱한 분위기에 끌려요. 이정현의 ‘바꿔’ 시절 컨셉이나, 그라임스, 배두나 배우가 출연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공각기동대 같은 차갑고 기계적인 세계관이요. 이번 앨범에서는 ‘랜덤한 나’를 고르는 CD 게임의 첫 화면 같은 컨셉에, 이러한 사이버틱 감성을 투영했어요. 하늘색의 뱅 단발 가발을 선택한 것도 그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과 형태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직접 전개 중인 브랜드 P2SCOM은 또 다른 정체성처럼 느껴져요. 음악과 P2SCOM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나요?
치치카포가 착용했으면 좋겠는 액세서리들을 만들고 있어요. 간단하죠. 하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여름쯤을 목표로 새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이제 세상에 알을 깨고 나온 첫 번째 치치카포의 시작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만약 다른 차원에 또 다른 ‘치치카포’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 그 존재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요?
지금의 저도 또 다른 차원의 치치카포라고 생각해요. 이걸 보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치치카포일지도 모르죠. 어느 차원에 있든, 현재를 즐기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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