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5_Brian Byun

Brian Byun

Interviewed by Oh Minji

From New York,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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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현재 폭우로 비상사태라고 하던데 주변 피해는 없나요?

정말 2주 내내 매일 비가 왔던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는 않아서, 나름 즐기면서 지냈었는데 며칠 전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너무 쏟아져서 그냥 집콕 하면서 지냈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동네는 피해가 크지 않았어요.

요즘은 무얼 하며 지내시나요? SNS로 접하는 작가님의 소식이 뜸한 듯해서요.

요즘은 그냥 최대한 자주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올해에는 슬럼프가 꽤 세게 와서, 완성된 작업의 양은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생각도 좀 정리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슬럼프가 길게 왔었나 봐요.

네 맞아요. 작년 연말에 오픈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방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스스로가 만족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몇 달을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것 같네요. 개인전이 끝난 후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생각보다 번 아웃이 심하게 와서 집중하기 힘든 상황까지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참에, 올해에는 다른 큰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마음 놓고 책 읽는 시간을 늘리며 좀 더 여유 있게 지내기로요.

작가님의 작업의 스타일이나 주제가 궁금한데요.

저는 제 그림을 다른 분들이 접했을 때 어떠한 생명체와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를 원해요. 예를 들어 관객이 제 그림을 마주할 때, 관객이 그림을 쳐다보듯 그림도 관객을 쳐다보는 것처럼요. 마치 다른 사람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을 전달했으면 해요. 그래서 제 그림들을 보시면 눈 같은 모양들이 많이 숨어있어요. 그리고 저는 캔버스에 그림을 시작할 때 모두 수직으로 진열된 상태에서 그려요. 반대로 세로의 형태는 좀 풍경 같은 느낌을 주어서, 수직으로 세움으로 인해 마치 하나의 인물이 서있는 듯한 이미지가 저한테는 더 편하게 다가와요. 솔직히 제가 왜 이렇게 생명체라는 이미지에 관심이 가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풍경화보다는 인물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 훨씬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 아버지 쪽 집안에 화가가 많이 계셔서 어렸을 때부터 동양화와 서양화를 많이 보고 자랐어요. 진지하게 그림을 시작하게 된 건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예요. 원래 수의사 공부를 하던 와중, 취미로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됐는데,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심사위원상을 받게 되었는데 상금으로 현금 50불을 받고, 그때 생각했죠. 솔직히 50불이 큰돈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띵하면서. “내가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구나,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미술에만 전념했던 것 같아요.

현재 어디서 활동하고 계신지요.

현재 저는 뉴욕 브루클린에 살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뉴욕에 산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가네요.

콜라주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콜라주로 작업한 데에는 따로 메시지가 있는 건가요?

콜라주들은 저에게 하나의 스케치 같은 도구에요. 그림이 막히거나 잘 안 풀릴 때,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오려내서 붙이는 작업 방식이 가끔 저한테는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다줄 때도 있거든요. 그림 그릴 때는 모두 그냥 머릿속 상상으로만 그리기 때문에 콜라주 같은 작업은 가끔 저한테는 쉼터 같은 느낌도 들어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요소가 있나요?

솔직히 저는 주변 모든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람이던, 동물이던, 건물이던, 음식이던, 다른 작품이던. 그냥 봤을 때 색감의 조화가 재미있다거나, 아니면 어떠한 선이나 모양이 유니크하다고 느끼면 사진을 찍고, 나중에 작업할 때 다시 찾아보곤 해요. 요즘 들어서는 다른 사람과 마주했을 때, 유독 더 영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긴 해요. 예를 들어서 어떠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대화하면서 그 상대방의 매력이 무엇일까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근 작가님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이 있었나요?

올해 1월에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너무 알차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많이 바뀐 서울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작가분들도 많이 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가족은 이민을 많이 다녀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저한테 그리운 곳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이번 한국 여행에서 새롭게 만나게 된 분이 계신데, 저한테 정말 큰 영감을 주시는 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분의 매력을 그림에 담아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누군가요?

존경하는 작가들은 솔직히 너무 많지만, 그래도 계속 다시 찾아보게 되는 건 Philip Guston, Howard Hodgkin, Amy Sillman, Brice Marden, Albert Oehlen, Donald Judd 등인 것 같아요. 특히 Phillip Guston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작가라서. 요즘에도 많이 찾아보곤 해요.

작품을 통해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하죠?

딱히 정해진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는 제 작품이 누군가의 공간에서 존재하고 매력을 뿜어낼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미술 시장에서 작가님에게 고충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겠죠?

저도 요즘 미술 시장이 정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 살로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그림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교수님 중에 Gary Stephan이라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미술 세계는 돌고 돈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네. 나중에 꼭 활동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꿈이 뉴욕과 한국에 각각 작업실이 있어서, 오고 가며 그림 그리는 삶이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되고 여유가 생기면 틈틈이 한국에서 지내며 살고 싶어요.

최근 메모장에는 무엇을 적어 놓았나요?

'외로움'

요즘 부쩍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나요?

최근에 3년 동안 써왔던 일기장을 다시 읽어 본 적이 있었어요. 다시 읽어볼수록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이 쓰여 있더라고요.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그리고 언제나 작업실에서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답을 찾아가는 직업이기에 거기서 오는 외로움. 이 두 가지의 외로움이 어떻게 보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가끔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고 좋아하는 저지만, 요즘 들어서는 마음 한구석이 구멍이 난 것 마냥 공허해요. 그래서 슬럼프가 온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에 스케치를 하면서 문득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라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스케치 옆에 쓰게 되었어요. 곧 빠른 미래에 ‘행복함’이라는 단어가 제 메모에 쓰이길 기대해 봐요.

곧 다가오는 계획을 공유해 주세요.

내년 뉴욕에서 개인전이 잡혀있어서, 천천히 준비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 그리고 올해 연말에 또 한국을 가요. 이번에는 저번에 가보지 못한 다른 도시들도 많이 여행하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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