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9_EASTERN EDITION : TEO YANG
EASTERN EDITION : TEO YANG
Interviewd by PARK TAERIN
From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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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S>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양태오입니다. 저는 공간을 주로 다루며, 전통과 지역성의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공간에 앉아 계신 양태오 디자이너님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연구하는 태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모든 물건, 그리고 경험을 위해 만들어지는 공간들은 모두 연구를 기반으로 시작됩니다. 제 상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기존에 한국에 존재했던 것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들을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적인 아름다움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소박함’입니다. 한국의 미는 겉모습을 과하게 꾸미기보다 본질적인 것에 힘을 싣고, 그 본질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박함이 종종 미니멀리즘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히 비워낸다는 의미를 넘어,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디자이너님에게 ‘럭셔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본질을 볼 줄 아는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양반들이 특히 단풍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단풍은 가을이 되면 붉고 아름답게 변하지만, 나무는 계속 살아가고 성장하기 위해 결국 그 잎을 모두 떨어뜨립니다. 삶의 본질을 위해 비본질적인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여긴 것이죠. 저는 그러한 태도,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중 지금의 디자인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풍경이 있나요?
저는 이상하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하기 전의 기억까지 남아 있을 정도예요.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한옥의 기억도 선명하게 남아 있고, 할아버지 어깨에 앉아 숲을 지나갔던 순간들도 기억합니다. 자연, 햇빛, 전통적인 공간에 대한 기억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고, 그런 기억들이 계속 저를 시작점으로 불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린 시절에 한옥에 사셨나요?
네, 어린 시절 한옥에서 살았습니다. 과거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옥을 경험하며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의 10대, 20대 분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한옥이라는 공간이 많은 한국인들의 DNA 속에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한옥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도 한옥이 가진 정서는 마음 한편에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디자인 외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취향이나 루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실 디자인 외적인 것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분들이 그렇겠지만, 삶과 일을 완전히 분리하기가 어렵거든요. 아름다운 것, 본질적인 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없다면 지속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상을 떠났을 때는 여행을 가거나 고요한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산사에 가거나 근교에서 자연을 마주하는 시간, 혹은 어두운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보는 시간처럼요. 그런 고요의 순간들이 저를 다시 채워주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형태인가요, 감정인가요?
저는 감정에 훨씬 가까운 것 같습니다. 형태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 물건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과거에는 어떤 형태로 존재해왔는지, 지금은 어떤 모습과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또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와 감정으로 다가가야 하는지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느껴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 만족스러운 디자인이 나오기 때문에, 항상 감정이 조금 더 앞서는 것 같습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통과 현대를 고민할 때 과거, 현재, 미래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전통을 단순히 과거의 것으로만 바라보면 우리의 시선 자체가 좁아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통은 살아있고, 오히려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려고 합니다. 물론 지금 기준에서 전통은 과거의 것이고, 그대로 현대의 삶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모두가 한복을 입거나 아궁이에 밥을 지어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았는지, 그 안에 담긴 아름다운 철학과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뛰어넘는 타임리스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가치를 현대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꾸밀 때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간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공간은 사람을 만듭니다. 성격과 생활의 루틴을 형성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철학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공간을 꾸민다는 개념에서 머무르면 안 됩니다. 내가 작업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어떤 시점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 이스턴에디션에서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가구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 가구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 사용하는 사람과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공간을 통해 사람의 개성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공간이 자기표현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거든요. 위대한 철학가들이 만든 공간이나 한국의 전통 공간에 가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생활했을지, 문을 열고 어떤 태도로 사람을 맞이했을지까지 상상하게 되죠. 공간은 결국 사람의 반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과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물건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다는 것은 굉장히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스스로가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통 가구인 사방탁자는 사방이 뚫려 있고 아래가 막힌 형태의 가구입니다. 대부분 폭이 좁기 때문에 많은 물건을 올려둘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들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은 물건만 그 위에 놓이게 됩니다. 또 그 물건은 창가 옆에서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간과 순환 앞에서 평가받게 되죠. 그렇기에 쉽게 만들어진 물건은 그 자리에 놓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물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디자인을 하고 아름다운 것을 많이 접하는 사람이다 보니 좋은 것에 대한 욕심과 소유욕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결국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선한 뜻으로 만들어졌는지, 좋은 사람들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었는지, 그리고 제 삶과 취향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물건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의자에 좋은 디자인이 담겨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짧은 순간에 그 사람의 분위기나 성격을 느낄 수 있듯, 물건 역시 사람과 만나는 것처럼 서로 공명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진 물건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야기를 합니다. 첫인상에서 마음의 문이 열리면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왜 디자인되었는지,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고 그 소재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런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나의 의자가 마치 한 권의 책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스턴에디션 쇼룸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끼길 바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저는 차분함과 고요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스턴에디션은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거나 제안하는 공간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공간을 방문하는 분들이 도시의 번잡함과 복잡함에서 벗어나,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느린 속도와 차분함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느끼고, 이스턴에디션의 가구를 통해 그 감각을 자신의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 이스턴에디션 아틀리에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소나 오브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애착이 가는 공간은 정말 많습니다. 3층 티하우스의 작은 정원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스턴에디션에 올 때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주차장 옆에 심어져 있는 화살나무입니다. 원래 앞쪽에 있던 나무를 차고 옆으로 옮겼는데, 사실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잘 살아있을까, 관리가 잘 되고 있을까, 겨울을 잘 버텼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관리가 잘 되지만, 오히려 숨어 있는 것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올 때마다 푸르게 잘 자라고 있고, 한지 창호 뒤에서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그 안에서도 또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양태오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공간’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공간은 비울 줄 아는 태도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더 채우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려놓고 시적인 공간을 만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일본의 하이쿠를 정말 좋아합니다. 절제에서 오는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서 오는 깊은 감동이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진정성 있는 본질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근 디자이너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은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 읽었을 때는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 다시 읽으면서 ‘결국 살아가는 것은 모두 비슷하구나. 하지만 아주 작은 마음의 변화만으로도 더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 출장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본 장면이었습니다. 제 옆자리에 어머니와 아들이 앉아 있었는데, 비행기가 내리기 전 아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엄마 덕분에 너무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정말 고귀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행복은 돈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순간에 있는 것이구나 느끼며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취향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예전처럼 비주얼적인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잡지를 보거나 지금 가장 주목받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했고 조급함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책과 텍스트를 더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고서를 읽거나, 오래된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공간을 찾아가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예전에는 유행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지금은 그것에서 조금 벗어나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요즘 가장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문학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이며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저 역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유한합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좋은 영향을 남기기도 하죠. 저 역시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진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여전히 어릴 때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도 많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절제할 줄 알고,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알고,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디자인에 대한 욕심은 아마 끝까지 내려놓지 못할 것 같지만, 내가 왜 디자인을 하는지, 내가 만든 물건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단순함과 본질입니다. 저 역시 계속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스턴에디션의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복잡한 세상 속으로 돌아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계속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도, 그리고 이 브랜드를 통해서도 단순한 삶의 방향성과 단순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스턴에디션이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풍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스턴에디션은 정제된, 살아있는 전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전통이라는 것은 이어질 가치가 있는 것들이 남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테스트를 뛰어넘은 것들이죠. 저희는 앞으로도 그런 가치를 계속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 아름답고 본질적인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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