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6_Claude BLO RICCI

Claude BLO RICCI

Interviewed by Cinjay Lee

From Berlin, Germany

리옹에서 마르세유로, 파리로,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스트리트 혹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Blo지만, 전후 기간의 작 업적 맥락 역시 궁금해진다.

유년기를 보낸 리옹에서부터 그림은 언제나 그려왔던 것 같다. 열 너덧 무렵부터 학업을 위해 마르세유와 파리로 이주하기까지 십 년이 넘는 기 간 동안엔 그래피티에 빠져 지냈고, 파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기 시 작한 이후엔 아틀리에를 얻어 주말마다 친구들과 페인팅 작업에 몰두하 며 지냈다. 한 6년을 그렇게 지냈을까. 당시 'Da Mental Vaporz' 라는 콜렉티브를 형성해 함께 활동한 여덟 명의 동료 작가들은 이제 각자 흩 어져 독립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린 열 해가 지난 지금에도 최소 일 년에 한 번은 함께 작업할 기회를 만들려 노력한다.

대단히 돈독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최근 진행한 협업은 무엇이었나?

지난 11월, 텔아비브의 Beit Ha'ir라는 미술관으로부터 레지던시를 제 안받았다. 2주간 그곳에 머물며 밤낮으로 대규모 벽화와 설치 작업에 몰 두했다. 'Alone in the Dark' 라는 타이틀 하에 서로의 창작 경계를 넘지 않으며 조화롭게 작업하려 노력한 기억이 난다. 공간 중심 커다란 홀에 는 4x3미터 사이즈의 투명 아크릴 위에 모든 멤버가 각자 작업한 것을 직렬 배치했는데, 한쪽 끝에는 컬러, 다른 한쪽 끝에는 흑백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총 두 개의 대형 포트레이트로 보일 수 있게 완성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데다 앞서 언급했듯 아트 디렉터로 일한 바 있다. 이러한 디자인적 배경이 현재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과거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생업으로 삼으며 수많은 이미지들을 리서치하고 디지털적 방식으로 조작하곤 했다. 어떠한 시점 부터 이러한 일련의 방식에 싫증이 나기도 했지만, 또한 어떠한 시점부 터는 다시금 그것이 내게 익숙한 도구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인정하게 됐 다. 사실 굉장히 편리하고 실용적인 기술이기도 하고. 이전에 디지털 도 구의 힘을 빌려 이미지의 레이아웃을 짜곤 했다면, 현재는 아날로그적 방식이긴 하지만 여전히 동일한 패턴으로 대략적 이미지를 구성한다. 여 기저기서 취합한 사진과 직접 그린 드로잉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양한 색상, 질감 등을 올리고 지워 나가며 최종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이미 지의 절반 정도를 구체화한다.

그렇게 사전에 면밀히 계획된 것치고는 상당히 직관적이어 보이는 붓 터치나 스트로크가 눈에 띄는데.

물론 초반에 색상 팔레트나 대략적 레이아웃을 계획하지만, 거리에서 다년간 활동한 내게 손에서 바로 뻗쳐나가는 한 번의 붓질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직관적 붓 터치를 먼저 캔버스 위에 쏟아내고 이 후 계획했던 요소들을 천천히 입히고 지우며, 덧입히는 등 붓 터치와 디테일한 요소가 밸런스를 맞추며 대화할 수 있게 한다. 이후 그 모든 발자국을 아우르는 스트로크를 다시 직관적으로 얹어 매듭을 짓는다. 내 작업에는 대다수의 경우 구상적이든 추상적이든 대립하거나 상생 하는 두 인물, 혹은 상황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직관에 기반한 단서와 계획에 기반한 뒷받침이 그림에 공존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전의 Blo 작업을 기억하는 팬들은 구상적, 소위 말해 인물의 실루엣 이 명확히 드러난 작품에 익숙할 듯하다. 점차 이러한 실루엣을 허무 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는데, 이에 대해 덧붙인다면?

어느 순간부터 얼굴을 그릴 수 없었다. 얼굴은 내 작업에 있어 거의 가 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였는데, 그저 어느 순간부터 얼굴의 존재를 견 딜 수 없게 됐다. 이후 서서히 형상을 지워갔지만 여전히 내 작업에 일 부의 구상적 요소는 존재한다. 여전히 나는 맥락과 인물, 공간 등에 대 한 실마리를 남기고 싶다. 그렇기에 구상과 추상,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고자 한다. 그림은 사진이 그러하듯 보이고 읽혀야 하지만, 사진만큼의 디테일은 오히려 해악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여 지를 남기지 않는 그림에는 끝이 존재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이 야기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려 한다.

고정 이미지에서 이토록 활발히 타임라인이 읽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앞을 향해 흘렀다 돌이켜 후퇴하고, 다시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렇다. 과정의 타임라인을 담으려 노력한다. 이미지란 무척 평평한 성질을 갖기에, 시간적 개념을 담는 것이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다.

앞서 언급한 밸런스를 찾기까지 수많은 실험을 거쳤으리라 예상되는 데. 세계 방방곡곡의 외벽과 다양한 종이를 캔버스 삼으며, 또한 수도 없을 질료를 사용하며 원하는 효과를 찾아 헤맸을 것 같다. 그 험난한 여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종이만 해도 일본산 종이, 이탈리아산 종이, 색지, 싸구려 포장지 등 안 써본 종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실험을 거쳐왔다. 어떻게 물감을 먹는지, 찢어질 때는 어떠한 질감의 모서리를 남기며 찢어지는지. 물감과 잉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볼륨이 얼마나 두 텁게 생기는 페인트인지, 얼마만큼의 광이 나는 재료인지 등을 낱낱이 파악한다. 작업실에서 계속 실험을 거치다 보면 실수나 우연을 통해 의외의 결과를 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는데, 물감을 입혔다 천 으로 훔쳐내 물감이 번지며 종이가 울어나는 표면에서 노이즈적 효과 를 얻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일이 많이 생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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